여고를 졸업하고
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마음속으로 엄청난 고민과 화 삭임이 필요했다.
시간을 빨리빨리 건너뛰고 싶었을 때가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이었다.
바로 아랫집 외삼촌 댁 책꽂이에서 본 고급진 책 표지
카네기 전집과 삼국지 등이 얼른 눈에 들어온 책들이었다.
권수가 더 많은 책이 삼국지였다.
갈등과 화나는 마음을 온전히 책에다 쏟기 위해
그해 여름 세 번을 필독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추억이 되고 재미가 되어서 언젠가 다시 읽고 싶었다.
전집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기가 쉽지 않기에
중고 사이트에 키워드로 예약을 걸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깨끗한 책이 나와서 사 왔다.
집에 와서 보니 활자가 너무 작다. ㅋ
나이를 먹어 눈이 나빠진 것이지~
어젯밤에 85쪽을 넘기고 쉼
늙은이가 보는 책이 아니고 젊은이가 보면 좋은 책이라고 평론가가 ㅋ
느낌은 달라도
나는 추억을 소환한 것이고
지루하고 더운 여름 재미나는 이야기 속으로 빠지고 싶은데
글자가 너무 작아 한 재미를 놓친 듯 그래서
돋보기를 쓰고 필독 중이다. ㅋ
자투리 색실 끝까지 활용
초보라서 소품만 떴다.
모티브를 활용해 데이지꽃이 있는 벙거지 하나 갖고 싶은 마음에 관심을 가졌는데
실값이 너무 후덜덜하다 결과물이 매끄럽게 잘 나올 거라는 자신감도 없고
다 음 에 . . .
우리 집 이의 작은 취미 공간.
예전 집 베란다에 하우스를 만들어 놓고 종류대로 키웠으나
모두 다 나눔을 하고 지금은 협소한 공간에서 한국 춘란만 키운다.
연일 높은 온도에 노심초사
퇴근하자마자 바닥에 얼음물 부어주고 온도계를 보며 선풍기를 틀어댄다.
안방에 에어컨 틀어두고 문을 열어 두면 될 것을 또 냉해 입는다고 하고
하필이면 안방 옆에 이런 공간을 차지하니
왔다 갔다 하는 그이가 거슬릴 때가 많아 밉다.
각 방마다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잘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동침에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데 초저녁 잠이 많은 그이는
새벽같이 일어나 몆개 안되는 풀가닥에 물을 주고 정성이 요란하다.
뭔가에 빠지지 않으면 참기 힘든 여름이라서 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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