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斷想)/산행과 여행이야기

가을여행 설악산을 다녀와서..

수수 꽃다리 2007. 5. 24. 22:04

 

    남편과 나 

    첫쨋 날 -   낙산사 바닷가 산책

    둘쨋 날 -   설악공원 - 천불동 계곡 - 비선대 - 금강굴

 

 

 

가을여행

 

지독히도 외롭다..

햇살은 곱고 따스한데..

마음은 초겨울의 황량한 벌판이네..

 

일요일 새벽..

겉절이 담고.. 흰쌀밥 도시락에..

뜨거운 커피를 보온병에 담고 

과일 몇개와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고

아직 일어나지 않는 애들에게 메모를 남기고

 우리집 그이와

 영동 고속도로을 타고 설악을 찾았다..

 

잠시..

낙산사의 불타버린 산사를 찾았다.

베어낸 소나무 자국은 여기 저기 즐비한데

구절초와 석가 여래상은

여전히 여러 중생들을 반기고 있었다. 

홍연암의 붉은 연꽃은 자취를 감추고

등껍질 단단한  장생의 거북이와

물방개 만 연못을 지키고 있고

내려 오다 본 산사의 청솔모는

나무와 나무사이를 뛰어 내리며

재주를 자랑 하네 

 

낙산사 해수욕장의 모래는

  햇살을 받아 황금빛을 자랑 하고 

물빛은 이루말할 수 없이 깨끗하고 맑아..

생각 너머의 내마음은 좋다 못해 괴롭다네..

지난 여름에 바다는 몸살을 앓았을 법도 한데

흔적 없고..저 바다는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또 얼마나 많은 것을 품어 줄까..넓은 바다가..

속되게 표현해서 환장하게 좋더라..

바다를 떠나고 싶지 않아 한참을 바라보다

사진 몇장으로 바닷가의 흔적을 남기고

재촉하는 그이를 따라 등을 뒤로 하였다.

저녁에 속초에서 소주 한 잔과

바닷 내음 가득한것들을

입에 넣고.. 숙소로 왔다..

 

다음날..

깜깜한 새벽에 설악공원을 지나

비선대에 오르니 전문 산악인들은

발걸음을 더 앞세우고 재촉한다.

비선대에서 동트임을 보았다.

예전처럼 촉촉한 단풍은 아니였지만

풍경이  절정인 가을산인것은 틀림이 없었다.

대청봉에 올라 희열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느끼고..

맑은 커피 한 잔에 인생을 담았다.

하산 하는 길에 산사람들과 말을 섞어가며

쉬엄쉬엄 오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제법이다..

 

가을의 운치를 더 느끼고자..

국도를 탔다.

산수가 수려하여 ..작가는

그 풍경을 보고 글을 썼을 것이고

조선시대의 한량은 시조를 읊었음 이렸다..

나는 느낌은 가득 하였으나 끝내

시원하게 한 줄의 글도 토해 내지 못하고 

홍천읍을 거쳐 소양강을 지나

북한강의 어느 휴게소에 들러 가을을 축이고..

쉬엄 쉬엄 강줄기를 따라 양평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왔다.. 
                      

                                                 07년 10월18일 수수꽃다리  金貞熙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