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斷想)/소소한 일상에서

아버지 첫 기일에 친정에 다녀왔다.

수수 꽃다리 2013. 5. 21. 17:46

 

  차창을 스치고 지나는 전봇대 사이로 한가한 농촌풍경이 짙푸른 산 아래 그림처럼 보인다.

 오랜만에 바라 본 자연의 풍경이었다.

 

 

 

 

5월 17일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다.

윤달이 들었다고 엄마는 기일을 양력으로 하자고 했다.

20만원 씩 4남매가 엄마 통장으로 미리서 입금하고 남편은 여러 여건으로 못 내려가고 대신

아들과 함께 고속버스를 탔다.

 

차창으로 보이는 넉넉한 시골 풍경이 너무 한가로워 한 장 담아보며 사색에 잠기고

5시간 30분을 지겨울 정도로 지루한 먼 거리를 힘들지 않게 여행했다.

 

우리 친정집은 3층짜리 상가 주택이다.

예전에 살림집이 딸린 단층상가건물에서 3층을 올리고 아버지 건강했을 때 정리를 한다고

오빠 앞으로 명의 변경을 해주고 그 상가 월세로 두 분이 살고 계셨다.

십 년 전쯤 미리서 조금이 나마 보탬이 되라고 부모님은 나머지 땅을 정리해 언니와 남동생 그리고 나,

부모님께서 마음 먹으신대로 조금씩 나누어 주셨다. 유산상속을 하신 샘이다. (2男2女에게)

작은 아들은 아들이라고 2순위가 되고 큰 딸은 학교를 더 못 보냈고 살림의 기여도가 높다고 3순위가 되고

작은 딸인 나는 큰 며느리자리로 시집을 갔으니 4순위가 되어 쥐꼬리만 한 돈을 받았고

 

조금 불만은 있었지만 부모가 하는 일을 토 달지 않았다.

큰 아들을 앞 서열에 두시고

얼마나 머리를 쓰고 그 돈을 나누었을까

수중에 돈 천을 노후자금으로 남겨두지 않으시고…….

이런 마음에…….

내가 보기에 황금비율은 아니었지만 큰아들 몫이 너무 크고 내 몫이 넘 작았기 때문에

큰 아들은 책임과 의무를 기피하지 않고  잘 하고  또 부모가 의지하고 있고

나는 바라 만 보다가 맛있는 것 얻어먹는 책임이 없는 위치이고…….

부모한테 그래도 제일 잘 하는 자식은 큰 딸인 것 같았다.

 

5월초에 큰 올케한테서 핸펀 문자가 왔다.

20만원 씩 4형제가 아버지 기일에 미리서 엄마께 보내자고…….

문자를 보는 순간 돈의 액수가 아니고 그의 당돌함에 기분이 상했다.

아버지의 살림을 똑 같이 나누지도 않았는데 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또 그 말에 토를 달고 뭐라고 할 것도 없고.

소용돌이치는 가슴을 쓸고 조용히 생각을 해보았다.

부모가 큰 자식을 너무 의지하고 또 착한 큰 올케 오빠이다.

이것으로 소용돌이치는 맘을 뚝! 하고

어차피 어버이 날이고 기일이고 최소한 20만원은 보내야 되겠기에…….

 

직장을 하루 쉬고 뒤 이은 연휴에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조카들 까지 형제들이 모이고 보니 제법 많았다.

애잔한 엄마와 모두 다 정겹고 반가운 얼굴들이였다.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 하 나 둘 자기네 집으로 떠나고 나는 뒷날 올라왔다.

냉장고에다 미리미리 사서 김치 담그고  얼려놓은 생선이며 조갯살 마른나물 등을 몫을 정해서

모두모두 챙겨 주신 엄마를 보며 가슴이 싸 했지만 다들 그런 엄마를 두고 자기네 삶터로 돌아갔다.

아고 허리야 다리야 두드리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짐을 싸시는 엄마 

그 짓 좀 그만 하라고 해도 자식주고 싶은 생각이 늘 앞선 마음에 또 하게 된다고…….

엄마 하는 일에 참견 말고 너 나 제때 식구들 밥 챙겨주고 잘 먹고 잘 살란다.

 

미안하고 고마운 우리엄마 껍데기만 남기고 알맹이는 자식들 다 싸주는 것 같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못 가져온 내 몫

어제 택배로 받았다. 큼직한 찰 토마토 두개로 저녁식사를 하고

아침은 바지락살 듬뿍 넣어 뽀얀 미역국을 끓여두고 출근을 했고

저녁은 상추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서대 회를 푸짐하게 해서 동생네랑 나누어 먹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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