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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 산문집

수수 꽃다리 2013. 6. 27. 13:04

 

 

 

 

 

등대

 

어쩌면 우리 인생은 내비게이션은 한 사람의 등짝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친구, 아름다운 사람, 닮고 싶은 어떤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등.

 

 그걸마라보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향입니다.

 

 

 

 

◈ 청춘은 한 뼘 차이인지도 모른다.

모두 그 한 뼘 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도,

그 사람과 내가 스미지 못했던 것도......

청춘의 모두는  한 뼘 때문이고 겨우, 그 한 뼘 차이로 인해 결과는 좋지 않기 쉽다.

 

청춘은 다른 것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사랑으로도 바꿔놓을 수 없는 것이다.

 

 

 

 


◈ 허기를 달래기에 편의점이 좋다.

 

시간이 주는 묘한 느낌을 알기엔 쉬는 날이 좋다.

 

몰래, 사람들 사는 향내를 맡고 싶으면 시장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모습을 보기엔 극장이 좋다.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기에는 파도가 좋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태어난 곳이 좋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위로 받기엔 바람 부는 날이 좋다.

 

여행의 폭을 위해서라면

한 장보다는 각각 다르게 그려진 두 장의 지도를 갖는 게 좋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기 위해선,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희망이라는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근거릴수록 좋다.

 

고꾸라지는 기분을 이기고 싶을 때는 폭죽이 좋다.

 

사랑하기에는 조금 가난한 것이 낫고

사랑하기에는 오늘이 다 가기 전이 좋다.

 

 

 

◈  내가 세상에 달라붙어 있는 이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불행의 기준은 같지만 행복의 기준은 변질되어 있다.

그저그런 불행에 우린 죽지 않지만 그저그런 행복에 조차 도달하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하다. 우리는 죽는다.

 

 

높은것, 아름다운 것, 기쁜것, 영원한 것. 그것들을 모른체하지 않으며,

그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에게 바퀴는 굴려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을 놀래킬 수는 없다.

 

아무도 나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없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한 삶.

세상이 나를 등졌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충분히 망친 삶.

 

내가 하지 않았던 일들의 길고 긴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뭔가를 저지르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향해 돌아설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을 걸어올 것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해는 지고 있고 하늘이 시리게 시리게 파란데.

저녁으로 맥주 한 잔과 키예프식 호박전을 앞에 두고 있는데.

당신이 내 마음속에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