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斷想)/소소한 일상에서

두서 없이 끄적이다.

수수 꽃다리 2014. 6. 30. 14:45

 

 

 

 

올해도 때가 되니 어김없이 댄드롱 꽃이 피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복도에

아들 방 창을 가리게 하여 키 큰 화분을 커튼 삼아 놔뒀다.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여니 반쯤 가린 창가를 넓적한 초록 이파리와 꽃송이 들이

한들한들 바람에 살랑거린다. 좋다 좋아.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은 신문을 보면서 TV와 컴터는 같이 켜 놓고  출근을 할 때가 많다.

닫으려고 앉은 컴터 앞에 내가 아예 자리를 깔아 버릴 때가 많아 때론 문제다.

 

요즘은 자고 나도 개운치가 않다.

강 옆에서 자고 일어나는 것처럼 피곤하고...

설거지를 끝내고 차라리 한 잠 잘까 싶어 자리에 누우면 정신이 더 뚜렷해진다.

할 수 없이 낮잠을 포기 하고 닫았던 컴터를 다시 켰다.

 

피리리 ~

엄마 전화다 "뭐 하냐?"

그냥 있어요.^^

장마가 곧 올 것 이라고 생선 마른 것과 내가 잘 먹는 서대회 두뭉치를 부친다고 한다.

아이~ 뭘 부치냐고 귀찮게

엄마나 잘 잡수시고 사시라고 했다 언제나처럼…….

니도 부모 되봐라 그렇게 되는가. 암 소리 말고 장마 대비하란다.

여름에는 생선 마른 것은 쪄서 먹거나 감자하고 지저 먹으면 맛있고 서대회는 상추가 환상의 궁합이다.

 

전화선을 타고 온 엄마의 목소리에는 외로움이 묻어 있었다.

나이 먹어가면서 문득문득 나도 그러 하거늘 혼자 사시는 엄마야 오죽할까. 

가까이 사시면 가끔 상추쌈으로 때론 비빔밥으로 소박한 점심상을 같이 하고 싶은 것은 마음뿐이다.

친한 친구 분 몇 분이서 새로 만든 반찬 나눔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하고 그럭저걱 왔다 같다 사신다.

수박 한통을 사시면 반통은 앞집으로 뒷집으로 나르고...

 

알았다고 잘 먹겠다고 했다.

두 해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당신의 영감자랑에 사설이 길다.

이렇게 살게 해 놓고 돌아가신 깔끔한 사람 니 아버지 같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맞다  아버지가 장사를 했기에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살았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날에는 늘 걱정이 많았다. 워낙 반듯하고 꼼꼼한 성격이라서 더 그러했으리라

애잔한 모습으로 눈 앞에 선하게 아버지의 모습이 떠 오른다.

이런 힘들고 걱정된 장사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라고 했다.

어캐 해서든 학교는 끝까지 밀어준다고...

 

아들 둘은 공무원을 시키고 딸 둘은 공무원한테로 시집을 보낸다고 했다.

어찌 되었던 포괄적인 의미에서 다들 그렇게 아버지 뜻대로 하였고 평범한 가정을 가졌다.

외로움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계신 엄마 말씀에 엄마도 알뜰하게 살갑게 아버지한테 잘 했잖아요.

우리는 부모 잘 만나서 행복해요 하며 말 마무리는 내가 지었다.

엊그제 이웃블러그에서 같은말을 여러 번 해도 늘 처음 듣는 말처럼 새롭게 들어주고

수긍해주라는 대화의 기법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건만 츠암 말을 자르다니...

 

 

어영부영 오늘도 지나갔다

완벽하게 알뜰하게 시간을 잘 활용할 수만 없는 갑다.

흐트러짐이 있는 날이 많고  반나절은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낼 때가 많다.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먼저가 되어 버리니 이것 또한 개운치가 않다.

사실 아침에  쇼핑 갈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기를 머금은 먹먹한 더운 날씨 탓 이라고 생각하면서 뒤로 미루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차라리 땀나게 운동을 해버리고 뭘 해도 해야겠다.

 

 

8월에는 일이 잡혀 있어 준비도 해놓고 소소한 일들을 다 해놔야지 했는데

마음 따로 행동 따로 이니 반성을 해보며 몸과 맘을 가볍게 해봐겠다 생각함서

그냥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일의 순서와 가닥이 잘  잡혀 나가 지겠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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