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斷想)/소소한 일상에서

시골에서 지냈던 무서운 밤(09년 10월 추석..)

수수 꽃다리 2009. 10. 6. 02:40

남편은 일이 있어 본가를  못 내려가고

추석을 앞 두고 시어머께서는 원인 모를  피부 염증으로  응급실을 거쳐 대학병원 입원중이라고 ..삐리리~전화..

동서울에서 급하게 버스를 타고 전남 광주로 향했다.

경유하는 네 시간 내내 책을 보다 자다 깨다 왜 그렇게 더디게 시간이 가는지...

 

 

드뎌 광주에 도착

병원에 들여 시어머니를 뵙고 나니 저녁7시..

시아버님께서 간호를 하신단다 .

흐미 그람 내가 시골 빈집에서 혼자 자야 되지 않는가..? 무섭다는 말도 못 하겠고..어찌하랴..

문화동에서 구례행 버스를 타고 시골집에 도착하니 밤8시..

 

 

시댁은 오래된 양철 대문의 전형적인 와가의  옛 고가 주택..

빈집에서 나 혼자 잠 잘 생각을 하니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어쩌리..마음을 크게 가다듬고..

현관 마루에 불을켜고 ..

안방 앞 뒷문 마루로 난 문 까지 숟가락으로 문고리를 걸었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귀신이 나올까 봐..

텔레비젼을 켜면 더 무서울 것 같아 가방속에서 읽던 책을 꺼내 읽었으나 머리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배가고파 사과 두개를 깎아 먹으니 헛헛한 마음이  조금 나았다.

여유도 생기고..내가 과부 안방마님 같은 생각도 들고..

이때 동네머슴이 월장하믄 바람도 살짝 한번 피고 밤새 애기나 하면서 지내면 좋으련만..

전설의 고향 한편을 연상하다 어찌어찌 단잠에 빠져..세벽 5시에 잠이 깼다..

 

 

아침에..

시어머니께서 어질러 놓은 폭탄 두 개 맞은 듯한 방을 치우고 싸리비로 마당도 쓸고..

하얀 햇 쌀밥에 텃밭에서 상추 뜯어 걷절이 하고  

깻잎 뜯어 나물하고   샘물을 길러와 국 끓이고

옛기억이 떠 올라 뒤안 토란 밭에서 토란잎에 침 한번 밷어 또르르 구르는 것 해 보고    

제일 큰 토란 잎 뜯어 찬물에 깨끗이 씻어 

석류알 배 사과 깍아 접시 삼아 담고..

아침 밥상을 토방 와상에다  분홍 보자기를 펴고 차렸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이런 좋은 시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함서..

커피 한잔을 타서 마당을 돌면서 마셨다.

가끔 남편 없이 혼자 내려간 시골에서는 일이 고된 시어른들과의 사이에 무언의 짜증과 긴장의 오고가는 사선이였는데..

이제 .. 마음의 상처를 안고 부딪히는 세월속에  나는 이렇게 혼자서 내 마음에 행복한 나무를 심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아침 밥 지음서 밥 위에 올린 밤 한줌과  고목의 장두감 홍시 두 개와  대추 따고 가지 따서 생식하고..

슬슬 걱정이 되는 저녁이 되었다.

 

서울에서 빨리 내려 온다는 시동생은 오질 않고 왠 비가 부슬 부슬 온다.

양철 대문을 두두리는 빗소리 ..바람에 덩커덩거린 잡다한 소리들

정말 무섭다..

운전하는 사람 아랑 곳 하지 않고 연신 거기가 어디냐고 전화질 만 해 댔다..

나의 뜻을 읽었는지.. 술 한잔 잡수시고 주무시란다.10시에 도착 한다고..

 

추석 전날 내려간지 세쨋날은 시동생과 함께 장에 갔다.

시어머니께서 미쳐 준비 못한 몇가지를  음식 재료를  사기위해..장 구경 실컷 하고 이것 저것사서 ..

새우전 동태전 송편을  동서와  어린 조카들까지 시켜서 만들고 있을때 시어머니께서는 퇴원..

집에 빨리 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휴~ 안도의 긴 숨.

 

추석날을 지나 다음날..난 집을 비운지 사일만에  집에왔다.그인 자고 있었다.

혼자서 시골을 갔다와서 일까 소소한 일로 이상하게 난 남편이 미웠다.

남편인들 뭘 어찌하라고..

내 놓고 내색을 할 수 없으니..

내가 미워하는 마음을 알았으면 ..아니, 소소한 미워하는 이유를 그이가 읽었으면 좋으련만 ...

 

남편은 베란다 마른 화분에 물을 줬다고 하고..청소기도  한 번 밀었다고 하고

애들은 힘든 설거지는  자기들이 다 했다고  앞 다투어 말 하고 그런데로 육안상 비춘 집안은  깨끗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즐거운 시골 추석여행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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