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斷想)/소소한 일상에서

주말에 집에서 만들어 본 음식

수수 꽃다리 2013. 12. 28. 15:16

 

 

호박엿을 만들어 보다.

 

엄마가 보내주신 늙은 호박 3개를 나박나박 썰어 냉장고에 봉지 몇 개를 만들어 뒀다.

꺼내서 식혜가루 듬뿍 넣고 밥을 되게 해서 이 세 가지를 믹서에 갈고

호박엿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솥에 넣고 끓여 배보자기로 짜내어  버리고 가스 불에 졸임.

식혜로 가는 길에서 조금 더 졸이면 조청이 되고 조금 더 졸이면 엿이 된다.(검색)

많은 양임에도 불과하고 몇 시간을 계속 졸이다 보니 옛날 우리가 먹어 보았던 갱엿이 되었다.

재료가 있고 심심해서 일을 벌려 보았는데 졸이는 시간 너무 길고 치우는 그릇이 힘들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적다.

대량생산을 하면 나으려나. 이래가지고 엿장수는 남는 것이 없어 못하겠다.^^

식혜를 모아 조청까지는 만들지라도 이런 짓은 다시는 하지 않기로 했다.

 

 

 

피굴

 

굴뎅이 20kg 그램의 택배를 시켰다. 생각보다 양이 상당이 많다.

커다란 찜통으로 삶아 신문지를  부엌 바닥에 깔고 왼손에 장갑을 끼고 식구들과 둘러 앉아 까먹었다.

양식이라서 알맹이가 크고 씹는 맛이 환상적 이였다.

애들과 남편은 요령이 없어 칼질이 서툴다가 이내 익숙해지더니 잼 있고 맛있다고 하니 마음 뿌듯했다.

어릴 적 우리 친정집에서 이렇게 식구들이 둘러 앉아 고막을 까먹었고 굴을 까먹었고 소라도 까먹었다.

바닷가도 가까웠을 뿐더러 아버지께서 워낙 좋아 하시다보니 그런 풍경과 음식이 가끔은 그리워진다.

삼일이 지나  찜통 두 번으로 다 삶아 까먹고 까놓고.

굴전과 굴튀김 나물 만들 때 만들어야지 싶어 냉장고에 알맹이 한 통 놔뒀다.

건조기에 말려도 참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생강차와 약밥을 만들다.

 

딸이 첫봉급을 탔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머니께 각각 10만원씩 들었더니 너무 좋아 하셨다.

왜 아니겠어. 아들도 아니고 손자가 잘 되어서 드리는 것이니 귀엽고 좋기도 하겠지.

시골에서 답례로 쌀과 부식꺼리가 왔다.

찹쌀을 섞어 쌀통에 넣고  보내 온 생강을 믹서에 갈아 뒀다.

대추를 섞고 꿀을 넣어 생강차를 만들었다.

 

찹쌀을 불려 팥 대신 시골에서 보내온 검정 돈부를 넣고 밤과 대추 집에 없는 잣은 빼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여 윤기 있고 맛있는 약밥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뒀다.

야식을 찾는 누구를 위하여 과자 부스러기나 빵 보다는 더 나을 듯하여.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비추어 거실 가득 채웠다.

블라인드를 치지 않고 쇼파에 누운 남편은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썬글라스로 눈 만 가리고 잠을 청한다.ㅋ

눈이 부시기는하지만  따스한 햇살 샤워가 참 좋은 주말이다.

 

일 탄력이 붙으면 일케 몰아서 하는 습관 때문에 몸이 고생하며 몸살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일 뒤에 오는 꽉 찬 듯 한 뿌듯한 마음에 

차 한 잔의 여유를 베란다를 쳐다봄서 즐기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