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斷想)/소소한 일상에서

자유로운 주말이고 싶다.

수수 꽃다리 2014. 1. 11. 12:06

 

                                                                                          

일어나지 않고 뒤척이고 있은 나를 바라봄서 그이는

일곱 시가 다 되간다고  부산스럽게 호들갑이다.

삼일 전 부터 배낭을 챙기며 장비를 넣었다 뺐다가 난리 브루스를 친다.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 속 만 잘라 챙겨주라고...

 

청국장에 해초류  두 가지 무침을 하여 밥을 주니

맛있게 먹으며 그이는 이럴까 저럴까 말을 많이 함서

디따 귀찮게 하더니 배낭을 메고 산에 갔다.

요즘 들어

아니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지

언제 부터인가 아니 원래 그런 사람인지도...

그이의 말에 반응과 대답과 참견을 해줘야 되는 일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

그이가 나감으로 뭔지 모를 굉장한 자유스러움이

거실 창에 비춘 따뜻한 햇살에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주말이기에

애들에게  갈치구이와 불고기 지글지글 하여 거하게 늦은 아침을 하여 줌서 먹고 

점심은 개인이 알아서 먹으라고 했더니 감사히 수긍하며

라면이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린다.

아마 그것을 끓여 먹을 모양이다 그러든 저러든 다 컸으니 알바 아니다.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두고 설거지를 하고

커피 한 잔 만들어 일케 끄적이는 행복을 맛보고 있다.

집안에 벤 짭조름한 갈치구운 냄새 청국장 냄새를 잡아야겠기에

커피 한 숟갈 크게 퍼서 헌 냄비에 넣고 가스 불 위에 올려주고...

 

거실에 둔 화분 귀퉁이에

한 줄기 올라온 순에서 나팔꽃이 한 송이 피었다.

이 겨울에 신기하기도 해서 거기에 눈을 두고..

햇살에 놀고 있는 베란다의 꽃들을 쳐다봄서 커피 한 잔 더..

 

아니다

션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아침에 먹은 짭조름한 간 갈치 탓인지

션한 것 한 잔 들이키며 자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싶다.